[23.07.10] 한 정치인에 대한 생각
오늘 저녁 대략적으로 논문에 사용하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새벽 2시 집에 귀가를 했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열심히 하루를 살았을 때 보상의 의미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오랫동안 시청한 후 잠이든다. 이 정도 딴짓을 허용해줘야 숨이 트이는 느낌이라고 합리화를 한다.
유튜브의 쇼츠를 넘기던 중 한 정치인의 영상을 봤다. 이탄희 의원이었다
(공인이라 실명을 밝혀도 되겠지?, 문제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굳건한 양당의 주로 아래 많은 군소정당이 새롭게 생기고, 금방 사그라 들었다. 선거 시즌에 깜짝 이벤트성 정당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붉은색, 푸른색 정당의 체제가 탄탄한 정치지형을 보이고 있다. 이 정치지형이 무서운 것은 이들이 단순히 관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알 수 있듯이 중부이남 지역의 오른쪽은 붉은색, 왼쪽은 푸른색이 가득하다. 일종의 머릿 속의 관념이 물리적 지역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선거결과는 그것의 실제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치지형 속에서 나는 줄곧 한 당의 소극적인 지지자였다. 소극적인 지지자인 까닭은 적극적으로 그 당이 좋아서 내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투표에 대한 정당화 혹은 기만이라고 볼 수 있는 "차악" 레토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선거는 차악을 뽑는 것이다" 이런 레토릭을 주로 구사하고, 나로써는 올바른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냉철한 현실을 볼 수 있는 지식인의 코스프레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당 구조의 "차악" 레토릭을 더 이상 구사하지 않는다. 이 이데올로기를 깨준 것은 지난 정부였다. 지난 정부에서 보여준 경제적인 실책들은 나에게 절망감을 주었다. 소위, "벼락거지"라고 하는...그 용어에 내가 해당되는 것이다. 매일같이 부동산 청약을 보고, 왜 미리 준비하지 않았을까? 자책감을 가졌다. 물론, 이 와중에서 가식적인 지식인의 알량한 레토릭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선의를 지닌 정부였을거야, 하지만, 지지하지는 않아"
그 덕분에 나는 붉은색, 푸른색의 이분법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정치에 대한 그닥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다. 어떤 당도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소신"이라도 지키자는 마음에서는 다른 당을 찍었으나...(즉 더이상 차악이라 선을 선택함) 물론, 내가 선택한 후보는 떨어졌다. 그러던 중 내 친한 친구는 "이제는 당이 아니라 내 이익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이 오랫동안 지지해오던 정당과 상반된 인물에게 한 표를 던져주었다.
"정치는 더 이상 내 삶에 큰 의미가 없다"
"경제사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올바른 결정을 한 적은 없었다"
"정치인들의 국정감사 수준을 보면, 기가 막힌다. 그들의 교양과 수준에"
이런 생각들이 가득하던 와중에 이탄희 의원을 보았다. 물론, 예전에 100분 토론 특집편에서 봤으나 잊고 있었다. 잘 모르는 인물이 나왔을 때는 우리 지식의 보고인 나무위키를 찾아가본다. 나무위키에서 이탄희 의원의 여러 의정활동, 생애, 논란 등에 대한 문서를 보면서 참 멋있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그 중에 마음에 들던 표현은 "지독한 현장주의자"라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이 "지독한 현장주의자"라는 한 정치인에게 내가 배운 점에 대해 쓴 것을 표현하고, 기록하고, 이 생각을 기억하려고 썼다. 사람들이 실제 삶을 살아가는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는 없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그것이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내가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진 것은 정치가 나에게 무엇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코로나 시기 부동산 문제, 자영업자 문제 등에서 나는 무력감을 겪었다. 어차피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노오~~~력을 넘어선 문제들이 많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가의 한 개인의 무력감이었다. 이러한 무력감 속에서 "지독한 현장주의자"라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에게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 생각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라 현장의 실제성에서 올바른 정치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나 역시도 내 분야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